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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알려지지않은 임시정부 이야기 3. 「망국병적 지방색」
글쓴이 관리자
날 짜
05-07-18 17:58
조회(8028)



망국병적 지방색


“위센싱(禹先生), 큰일 나셨소. 오늘밤 옆의 방의 姜, 李 두 학생이 당신을 江에 집어 처넣겠다고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서 피하슈. 宿舍燈이 꺼지면 당신 죽소.”

이 말은 1921년 여름 어느날, 수업을 마치고 내 방에서 쉬고 있을 때, 「질룽」이라는 중국인 사환이 황황히 달려와 내게 귀띔해 준 비보였다.

그 때 상해 W학교엔 한인학생이 대여섯명 있었다. 그리고 기숙사엔 자유당정권 중 교통부장관을 지낸 尹珹淳군과 나, 그밖에 姜虎根, 李寅燦이란 「블라디보스토크」 태생의 在露韓僑 두 학생 등 모두 네명의 우리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얼마우즈」란 별명을 듣는 사람들.

그런데 그 두 학생은 유난스레도 畿湖사람, 특히 서울사람을 싫어했다. 尹군은 포천, 나는 서울, 두 사람 중에서도 나를 더욱 눈엣가시로 모든 일에 적대시했다. 그처럼 오월간으로 몇 달은 지내다가 급기야 어느 날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여기서 저들은 「질룽」의 밀고와 같은 흉극의 각본을 꾸며낸 것이다.

지나간 날 작가 춘원도 나와 창의문 밖에서 이웃해 살 때 그런말을 들려줬지만 1914년에 정치적 밀명을 띠고 「해삼위」에 갔던 閔忠植씨도 이른바 「얼마우즈」들의 서울사람에 대한 증오감은 극단의 살인적이었다고 회고의 증언을 해주니 앞뒤가 맞는다.

즉 노령의 신한촌동포들은 옛날부터도 「反서울」의 숙감을 갖고 그곳을 찾는 서울출신이면 잡담제 하고 투숙한 여관을 야간 습격, 부대에 처넣어가지고 「아무르」灣에 집어 던졌다는 것. 그러면 姜, 李는 그러한 혈속, 나도 그따위 독수에 걸렸던게 아니었던가.

사환 「질룽」이 내게 살해 흉모를 일러줬을 때 나는 정신이 아찔했다. 그들은 「질룽」더러 마대를 사오라고 했다. 그리고 깊은 밤에 나를 거기다 처넣고 다음엔 바로 길 건너에 도도하게 흐르는 황포강에다 던지는데 협력하면 후한 상금을 주겠다고 꾀더란다.

「질룽」은 양심적인 절강성 항주 태생. 돈에 팔려 그런 끔찍한 살인청부를 맡을 위인이 아니었다. 나는 중국사람의 의리심에 울다시피 새삼 감격했고 지금도 재생의 그 은혜를 잊을 수 없다.

일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그러면 어찌할까. 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서 金奎植 박사를 찾기로 했다. 당시 金박사는 그 학교서 「셰익스피어」론을 강의할 때다. 선생은 세상이 다 아는 영문학자. 그러나 「사옹」연구에 남다른 조예가 깊었던 것은 아무도 모르리라.

기미년 전 일본갔을 때 「쓰보우찌」(坪內逍遙) 같은 대가도 얼굴을 붉혔다면 알조다.

만호선생(왕년의 김박사 아호)도 내 호소를 듣고 크게 분개, 당장 姜, 李 두 사람을 당신의 숙소로 불러왔다. 우악하지만 단순한 그들은 호통 첫마디에 상비음모를 순순 시인, 톡톡한 꾸지람을 듣곤 다시는 포악무도한 짓을 않겠다는 다짐을 굳게 했다. 무시무시한 촌극은 간일발에 여기서 막을 내렸다.

자칫하면 일어날 뻔했던 투강 참극은 불발탄으로 그쳤지만, 그들은 먼 옛날에 이민간 조상들로부터 「남존북비」하던 고루한 서울양반들의 인재등용 차별에 대한 적대관념의 혈통을 이어받은 후손들. 그 여과가 나같은 무명의 졸개 학생에게까지 미치게 하지 않았나.

한마디로 말해서 죄는 우리들의 조상에게 있다. 그들로 하여금 어째서 그런 원한의 못을 마음속 깊이 박아 주었던가. 그래서 대대손손에 이르기까지 절치부심하게 만들었던가. 이 불치의 병적 현상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그러면 민족의 앞날을 식자들은 어찌 보는가.

조국광복의 대본산인 상해임정 내부에도 그따위 곰팡내 나는 지방열이 개개인의 마음속에서 감돌고 있었다. 동도본위로 배타적인 색채가 농후했다. 이른바 「창조파」니 「개조파」니 하던 분쟁도 단순히 정치적 이념의 갈등으로만 돌리는 사람이 없지 않으나, 실상은 서북과 기호, 그리고 호남과 영남 등 간에 얽히고 설킨 헤게모니의 지벌적 싸움이었다. 이 아니 망국적인 지방열의 소산이냐,.

그 어느 편이거나 「수치스러운 민족분열의 유산」임을 오늘의 젊은 세대들은 깨닫고 선대들의 전궤를 아예 밟지 말아야겠다.



《나절로 만필》 (우승규, 탐구당, 1978)에서 발췌. 삽화 : 이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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