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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1919 한겨레] “열강에 독립청원서 전하라” 상해·동경으로 밀사 급파-한겨레
글쓴이 관리자
날 짜
19-02-27 09:32
조회(1463)
#1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3757.html (548)
일본어 능통한 임규·안세환 일 정치인에 청원서 제출 적임자
미국 맡은 현순 “강원도 여행” 속이고 떠나







 


 


 


【1919년 2월26일 경성/엄지원 기자】

 


각계 대표들이 3월1일 대의거를 앞두고 각국에 독립원조탄원서와 독립청원서를 제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중국과 일본 양국으로 파견될 밀사들을 결정하였다. 밀명을 받아든 이들은 상해 방면에 현순(39)씨, 동경 방면에 임규(52)·안세환(27) 양씨다.

 


천도교 핵심인사인 최린(41) 보성고등보통학교 교장은 26일 본지에 “이번 거사와 관련하여 탄원서 등을 외국에 보내는 것은 예수교(기독교) 측에서 맡아서 하기로 하였는데 그 일에 운동비가 든다고 하여 손병희 교주의 승인을 받아 이승훈(55) 장로에게 현금 5천원을 직접 건네었다”고 전하였다. 각계 대표들은 독립선언식을 기하여 영국·미국·불란서·이태리 등 파리강화회의의 각국 위원들에게 독립원조탄원서를 제출하고 조선에서는 조선 총독에게, 일본에서는 정부와 양의원, 정당 수령들에게 청원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외국에 우편으로 보내는 것은 일본 관헌에게 압수될 우려가 있으므로 일단 밀사가 상해나 천진 방면으로 향한 뒤에 그곳에서 발송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독립청원서를 전달하러 나선 이는 천도교 인사 임규씨다. 경응(게이오)대학에서 수학하고 일본어 선생으로 일해온 임씨는 <일문 역법> 등 일본어 학습서를 펴낼 정도로 일본어에 능통하다. 금번 독립선언서를 대표 집필한 최남선(29)씨와는 우리 고전문헌을 연구하는 조선광문회에서 함께 활동해온 막역한 관계다. 임씨의 아내가 일본인인 터라 일본 관헌의 감시망을 피하기 유리한 만큼 최씨는 선언서를 주로 임규씨의 집에서 작성해왔고, 임씨는 이를 일본어문으로 번역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한다. 그는 당초 ‘청원서’ 형식으로 작성된 글에 원작자인 최남선은 붙이지 않았던 ‘통고문’이라는 표제를 달았는데 “결코 (독립을) 청원한 것이 아니다. 이대로 조선은 독립했으니 이것을 보아 달라는 것이다”라는 취지라고 설명하였다. 임씨는 27일 저녁 기차로 경성에서 출발하여 1일 오후 동경에 있는 조카의 집에 도착할 예정이다.

 


평양 기독서원 총무인 안세환씨는 신해년(1911) ‘105인 사건’으로 불리는 신민회 탄압 사건에 휘말려 옥고를 치르고도 이번 거사의 기획 단계부터 앞장서왔다. 안씨는 일본어에 능통하여 일제 당국에 독립에 대한 구두 진술을 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하니, 그야말로 용감 활발한 인물이 아닌가 한다. 그는 기독교 대표자로 독립선언서의 최초 지판에는 포함됐으나, 동경에 밀사로 가게 되면서 서명자 명단에선 빠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규와 안세환, 두 사람은 3월1일 무사히 동경에 도착하여 각각 임무를 수행한 뒤 체포된다. 임규는 일본 내각과 양의원에 독립선언서 등을 우송한 뒤 9일 동경역에서 붙잡힌다. 안세환은 4일 경시총감을 만나 조선 독립의 필요성을 주창한 다음날 경찰에 끌려간다.

 


미국 대통령과 각국 파리강화회의 위원에게 조선 독립선언 소식을 알리려 상해로 향하는 현순씨는 예수교 목사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조선인 이민자들의 통역원을 맡게 된 것을 시작으로 미국 하와이에 다년간 거주한 그는 영어에 능통한 편이다. 극비리에 출발하게 된 현씨는 가족들에게조차 “강원도로 전도 여행을 떠난다”고 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씨에게 맡겨진 지침은 ‘조선을 즉시 빠져나갈 것, 만주의 봉천으로 갈 것, 그 지역의 독립운동가들을 만날 것’ 등이다. 그는 남루한 농부로 변장하고 조선을 빠져나갈 채비를 마쳤다고 한다. 상해에 도착한 현순은 곧바로 이광수와 함께 독립선언서를 영문으로 번역해 현지 언론에 널리 알린다. 3·1운동의 발발과 각지의 임시정부 구성 소식을 안창호와 이승만이 있는 미주 지역에 발빠르게 타전하는 것도 그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현순은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시작을 가장 생생하게 목도하며 그 복판에 서게 된다.

 


 





 


△참고문헌

 


한규무, ‘현순의 인물과 활동’(국사관논총·1992)

 


최린·임규 등 신문조서, <한민족독립운동사자료집11>(국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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