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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독립견문록 ⑩충칭 (下)] 독립열사 마지막 거처된 쓸쓸한 산비탈…화상산 묘지를 가다-매일경제
글쓴이 관리자
날 짜
19-06-17 10:47
조회(4078)
#1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9/03/192323/ (1572)

매장할 돈 없는 막막한 현실
주민들이 마련해준 묏자리
임정요인·가족 비탈에 묻어

한인 거주하던 옛 토교 지역
지금은 무허가 양배추밭으로

3000㎞ 임정 순례 끝냈지만
백년간의 부채 갚을수있을까


 


◆ 3·1운동, 임시정부 100주년 / 독립견문록, 임정을 순례하다 ⑩충칭 (下) ◆


임시정부 요인들이 거주했던 토교의 한인거주옛터 구석에 만들어진 비석. 누군가 오래전 꽃다발을 올려뒀다. 왼쪽 사진은 임정 요인과 가족들이 매장됐던 충칭 화상산 한인 묘지의 현재 모습. 이곳이 백범 김구의 모친 곽낙원 여사가 묻혔던 장소라고 전해진다.  [김유태 기자]
사진설명임시정부 요인들이 거주했던 토교의 한인거주옛터 구석에 만들어진 비석. 누군가 오래전 꽃다발을 올려뒀다. 왼쪽 사진은 임정 요인과 가족들이 매장됐던 충칭 화상산 한인 묘지의 현재 모습. 이곳이 백범 김구의 모친 곽낙원 여사가 묻혔던 장소라고 전해진다. [김유태 기자]

독립을 향한 `임정 27년사(史)` 거대한 서사시에서,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작별한 분들이 있다. 마지막 도시 충칭에 바위만 한 정신을 내려놓고 깃털 같은 몸뚱이를 휘발시킨 망자들의 쓸쓸하고 슬픈 그림자를 밟았다. 일정을 시작한 상하이 임시정부 마당로 청사가 막연한 설렘이었다면 충칭에서 들른 화상산 한인 묘지는 막막한 절망에 가까웠다.



중국 충칭 남안구 화상산을 지난달 15일 침묵 속에 찾았다.


화상산은 임정 요인들이 세상을 떠나면 매장하던 산비탈이다. 스모그가 가득한 날씨에 오른 산비탈의 묘지 터는 양배추밭으로 바뀌어 있었다. 구석진 산비탈이 왜 망자들의 마지막 거처여야 했을까. "임시정부가 여유가 있었으면 좋은 장지를 찾았겠죠. 당시엔 삶이 녹록지 않았답니다. 인근의 뜻 있는 자산가들이 주변 땅을 사서 가난한 사람들을 매장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그 터 가운데 일부가 바로 이곳 화상산 한인 묘지예요." 홍소연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자료실장의 설명이다. 대한민국 임정 요인이던 송병조, 차리석, 이달, 손일민 선생이 화상산에 묻혔다. 광복을 불과 몇 년, 혹은 몇 달 앞둔 시점이었다. 차리석 선생은 1945년 9월 9일 서거했으니, 광복 소식을 듣고도 고국을 밟지 못한 그 안타까움을 어찌 설명할까. 1948년 백범이 1차로 화상산에서 몇 분의 유골을 국내로 모셔왔고, 재추진하다가 중국의 공산화로 무산됐다. 독립운동가들이 묻혔던 봉분은 이제 흔적도 없다. 백범 어머니 곽낙원 여사와 장남 김인, 차리석·민병길 선생 등 몇 분만이 여기 묻혔다가 1948년 조국에 돌아왔다. 10~20명의 조선의용대 대원도 화상산에 묻혔다고 했지만 흔적은 없었다. 낮은 야산을 고층 아파트들이 둘러싼 형국이었고, 야산 위쪽은 고속도로였다.

"임정의 어르신이던 곽 여사님이 저 나무 아래 묻히셨었다고 해요." 기울어진 나무 한 그루를 쳐다봤다. 슬레이트 지붕에 쓰레기 목재로 대충 지은 가건물 두 채가 나무 아래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는 집은 아닌 듯했고, 양배추 농사를 짓는 인근 주민이 잠시 쉬는 거처 같았다. 멀리서 잡초를 뽑는 주민도 보였으나 이방인에게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비탈 아래 평지에는 바닥공사가 완료돼 있었다. "재개발이 완료된 상가였다가 이마저도 오래된 데다 유동인구가 없어 모두 헐렸어요. 다시 재개발을 앞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덤에 앞선 요람처럼, 죽음보단 삶이 먼저인 법. 임정 식솔이 충칭에서 거주했던 토교로 향했다. 토교는 1940년대 충칭의 코리아타운, 즉 한인촌이다. 동감폭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기와집 세 채를 짓고, 맞은편에 기와집을 사서 100여 명이 거주했다고 전해진다. 광복군이 별도로 조직한 보충대 토교대 대원들도 이곳에 머물렀단다.



토교 역시 화상산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온통 양배추밭이었다. 토교에는 그나마 `한인촌구지-한인거주옛터`라고 적힌 비석 하나가 세워져 잊힌 계절을 증거하고 있었다. 누군가 비문 아래 꽃다발을 두고 간 뒤였다. 무궁화 조화를 한 송이씩 꽂고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주변을 둘러봤다. 한때 물을 길어다 마셨다던 동감폭포는 한눈에 봐도 흙물이었다. 역한 냄새가 풍겨왔다. 자세히 보니 온갖 쓰레기로 오염돼 있었다. 화려한 밤거리를 자랑하는 인구 3800만명 충칭 시내에 견주면 토교의 현재 풍경은 지독한 가난의 자리였다.

토교와 화상산이란 이름의 `지옥`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신음하던 그 시절, 1943년 11월 22일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영국 윈스턴 처칠, 중화민국 장제스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모여 일제의 전후 처리를 합의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일본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을까. 카이로 회담 선언문을 천천히 읽다보면 한 단어가 목구멍에 턱 걸린다.

`…현재 한국민이 노예 상태 아래 놓여 있음을 유의하여 앞으로 적절한 절차에 따라 한국의 자유와 독립을 줄 것이다….` 카이로 회담 이후로도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기까진 1년9개월이 더 걸렸다. 신탁과 이념이란 화두 앞에서 광복의 한반도는 찢기고 또 부서졌다.

한 세기 전 모든 한국인은 식민지의 조센진(朝鮮人)이었고 이국의 왕궈누(亡國奴)였다. 무수한 계절이 지난 2019년, 그것은 정말 과거형일까.

■ 공동기획 : 매일경제신문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충칭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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