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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노무현 단골식당 주차장에 이런 사연이 -오마이뉴스
글쓴이 관리자
날 짜
16-03-18 17:00
조회(3530)
#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90005&CM… (1109)

[백운동천을 따라 서촌을 걷다 ⑭] 독립운동가 김가진의 흔적을 찾다


 


시인 서정주와 관련된 '보안여관'에서 다시 백운동천 물길이 흐르는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로 옮겨 길을 건너면 아마도 이 일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맛집, '토속촌 삼계탕'이 있다. 꽤 큰 한옥을 상점으로 이용하고 있는 이곳의 입구에 길게 줄 선 대기 손님들이 시야에 확 들어온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즐겨 찾던 곳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인기를 끈 곳이다. 그런데 이처럼 '대통령 단골집'이라는 명성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듯싶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 수사망은 이곳 식당까지 뻗쳐, 지난 2008년 세무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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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체부동의 유명 맛집인 <토속촌삼계탕>. 주차장 쪽 가옥은 동농 김가진이 독립운동을 위해 상해로 망명하기 직전 그가 살았던 집이다.
ⓒ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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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작위도 거부하고 망명 투쟁에 나선 74세의 노인

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삼계탕을 선전해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곳 식당이 이처럼 장사가 잘 되면서 기존 식당과 붙어 있던 바로 옆집도 사들이며 공간을 확장하였는데, 지금의 주차장 쪽으로 확장된 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런데 확장된 이 집이 본래 독립운동가 동농 김가진이 중국으로 망명하기 직전 살았던 곳이기 때문에 발길을 멈춘 것이다.

김가진은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청나라와 싸우다 강화성이 함락되자 문루에 있던 화약에 불을 지르고 순직한 척화파의 거두 장동 김씨 김상용의 12대손이다. 그는 대한제국 시기 입헌군주론을 주장했으며, 독립협회도 참여해 창립 당시 8인 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또 59세가 되던 1904년 종1품 승정대부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대한협회, 대한자강회, 기호흥학회 등을 통해 애국 계몽 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이미 정세는 개인 자격으로 혼자서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런 정세 속에서 결국 1910년 경술국치가 이루어지자 그는 칩거하였다. 그런데도 총독부는 대한제국 중신들에게 작위를 수여하면서 김가진에게도 작위를 수여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작위에 따른 연금 수령을 단호히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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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문터널 동쪽 일대에 동농 김가진의 글씨로 새겨진 ‘白雲洞天’ 각자바위가 본래의 집터였음을 알리고 있다.
ⓒ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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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가 거주했던 곳은 현재 내가 서 있는 이곳 체부동이 아니었다. 약 1만 평의 청운동 1~10번지 일대로, 현 자하문 터널 우측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회)와 청운벽산빌리지를 아우르는 '백운장'이었다.

하지만 1917~1.8년경, 당시 집안일을 맡아 보던 집사가 주인 몰래 이 집을 동양척식회사에 저당 잡히는 바람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에 대해 원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당장 집에서 나와야 해서 일단 사직동(사직동 162)으로 이사했다가 1919년 이곳 체부동 86번지로 규모를 대폭 줄여 이사 온 것이다. 그 집이 바로 토속촌 삼계탕이 확장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곳으로 이사 올 시점 3.1운동이 발발하였고, 당시 그의 나이는 이미 74세였다. 그런 노구의 몸으로 비밀 독립운동 조직인 대동단 총재직을 수락한 뒤 그해 10월 아들 김의한만 데리고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독립운동을 위하여 중국 상하이로 떠난 것이다. 이런 그가 망명길에 오르는 열차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기며 제아무리 고위 관료 출신일지라도 나라 잃은 백성으로서 슬픔 역시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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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농 김가진과 아들 김의한, 며느리 정정화, 손자 김자동. 손자 김자동(88)은 현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있다.
ⓒ 서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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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깨지고 임금은 망하고 사직도 기울었는데
부끄러움 안고 죽음을 견디며 지금껏 살았구나
늙은 몸이지만 아직 하늘을 뚫을 뜻이 남아
단숨에 높이 날아 만 리 길을 떠나가네
민국의 존망 앞에 어찌 이 한 몸 돌보랴
천라지망 경계망을 귀신같이 벗어났네
누가 알아보랴 삼등열차 안의 이 나그네가
누더기 걸친 옛적의 대신인 것을"

한편 아들 김의한과 함께 중국으로 망명한 그는 대동단 총재와 임시정부 고문으로 활동하였다. 그런데 '바늘 가는데 실 간다'고 며느리 정정화도 이듬해 시아버지와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예고도 없이 홀로 상하이에 온 것이다.

이렇게 혈혈단신으로 시아버지와 남편을 따라 중국을 찾아 온 정정화는 그 뒤 여섯 차례나 국내를 오가며 독립운동 자금을 모아오는 역할을 하며, 그야말로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도맡았다.

아들과 며느리가 함께 했지만, 김가진은 김좌진의 권고로 무장투쟁을 위해 만주로 가려고 자금 등을 준비하다 그만 1922년 77세의 나이로 숨지고 말았다. 결국 조국의 해방을 못 본 것은 물론, 자신의 육신마저 멀리 이국 땅에 묻히고 말았다.


 


 


 


 


 


 


 


분단으로 찢어진 동농 김가진 가족의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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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그리고 중국으로 찢긴 동농 김가진의 가족묘
ⓒ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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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월은 흘러 해방이 되고, 김가진의 아들 김의한 내외는 모두 귀국하였지만 그 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들 김의한은 북을 선택했다. 전쟁도 분단도 잠시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갈라진 분단은 70년이 흘러버렸다. 상해에서 모두 함께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고, 결국 조선은 해방되었다고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산가족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동농 김가진은 현재 손문 부인의 이름을 딴 상하이 송경령 능원에, 아들 김의한은 평양 재북인 사묘에 묻혀있다. 그리고 며느리 정정화는 대한민국 대전 국립현충원에 묻혀있다. 이들의 무덤 위치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결국 우리의 독립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통일만이 완성된 형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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