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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차기 정부의 과제
글쓴이 관리자
날 짜
17-04-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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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독립정신 편집위원>

새 정부가 10개월 빨리 출범한다. 헌정(憲政) 질서는 파행 직전에 몰렸다가, 가까스로 봉합되었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갈등”은 “증오”로, “적폐(積弊)”가 “구악(舊惡)”으로, 그리고 “혼란”이 “위기”로. 이 허망한 단어들이 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그것은 우리 민족이, 멀리는 해방과 분단 이래, 가깝게는 “압축성장”이라 불린 경제개발 과정에서 주어진 숙제를 풀지 않고 미룬 대가다.
1987년의 “6월항쟁”으로,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가 충돌해 빚어낸 부정합(不整合)을 치유할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전기(轉機)를 맞이했다. 그러나 표리부동(表裏不同)과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악무한적 진동(振動)은 “산업화”를 “성장의 수직화”로, “민주화”를 “분배의 양극화”로 변질시켰다. 이 암담한 현실이 혁명적 상황으로 치닫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가.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에 이르는 과정에서, 정치권이나 언론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 주역은 “촛불”이었다. 국민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대로 가서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광장으로 뛰쳐나와 고발하고, 해결을 촉구했다. 기득권세력의 독주(獨走)와 비정(秕政)이 낳은 대의제의 공백을 직접민주주의가 메꾼 것이다. 차기 정부는 그 에너지를 빌려 출범하는 만큼, 주권자(主權者)에게 우리 공동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야 한다.

차기 정부의 과제는 실로 차고 넘친다고 할 수 있다. 국내문제는 핵심적인 과제만 꼽더라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뿐 아니라, 솔직히 말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얽히고설켜 있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으로부터 기인한 바 크다. 이리하여, 만사 제쳐놓고 정치개혁이 당면한 첫 번째의 개혁과제로 대두된다. 문제는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대표자들의 회의인 국회의 의석분포다.
현재 각 당의 의석수는, 집권이 유력시되는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에 31석이나 못 미치는 120석에 불과하고, 자유한국당 93석,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33석, 정의당 6석, 무소속 8석이다. 얼마 전까지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과 무소속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정파를 다 합쳐도 198석에 지나지 않는다. 이 숫자들은, 이것이 과연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대표하고 조정할 자격이 있는지 회의가 들 지경으로, 기득권의 황금분할로 짜여 있다. 
여기에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재적의원 3/5 이상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신속처리법안 상정은 불가능하다. 재적의원 3/5 이상이면 180석이다. 바른정당만 협조하지 않으면, 그 어떤 개혁법안도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조차 없는 것이다.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경제․사회 시스템의 재구축을 위한 수술의 첫 단계인 개헌에 이르러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법치(法治)”는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사회적 규범 가운데 하나이지, 민주주의 그 자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적폐를 해소하고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다시 세워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는 법률 개정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대화와 타협”은 민주주의의 영원한 숙명이고, 현재 국회의 의석분포를 감안하면 법률 개정은 정당 간의 “연정(聯政)”을 불가피하게 요구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대화”보다는 “대치”에, “타협”보다는 “담합”에 더 익숙하다. 이것이 바로 “연정”에 대해 국민이 의구심을 갖는 지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개헌 이슈만 보더라도 권력구조로 의제(agenda)가 좁혀지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복이라는 국민적 합의와 명분을 기득권 정치세력의 합종연횡(合從連橫)을 가능케 할 수단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더 큰 혼란을 부를 수도 있다.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는 국민에게는 생소한, 어쩌면 위험천만한 정치실험이고,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기득권 나눠먹기”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권력구조 재편보다는 지방분권 강화에 초점으로 맞춤으로써 국민의 주권 행사 채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이슈는 대의제의 입구를 넓혀 더 많은 이해관계를 국민대표자회의에 반영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과도 연관된다.
어찌 되었든, 정치개혁이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개혁과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고, 그것이 현재 국회의 의석분포 상 “대화와 타협”을 전제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진단은 다르지 않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지난 대통령 탄핵에서 구속에 이른 과정을 주목하고, 시민의 민주역량에서 해법을 구해야 한다. “연정”이라는 참여의 동심원을 “협치(協治, governance)”라는 더 큰 동심원으로 확장시킬 때, 비로소 개혁드라 이브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 실마리를 풀 수 있느냐 없느냐는, 우리 사회 전 영역, 각 부문에서 분출하는 개혁의 요구들을 주권자인 국민의 절박한 삶의 현장에서, 그 눈높이에 맞춰 받아 안는 것에 달려 있다. 그것이 △재벌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국정농단 부역자처벌 △세월호 진상규명 및 국민안전시스템 구축 △역사교과서 문제 등의 적폐 청산과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하며 공평무사한 복지프로그램 실행 △중소기업 및 영세자영업자 지원․육성 등의 민생 개혁으로 대표되는 차기 정부의 과제들이다.
그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이 지면에서 다룰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미 차기 정부의 개혁과제의 대강(大綱)을 국민에게 제출한 바 있고, 이를 따지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의 일이다. 다만 언급하고 싶은 것은, 앞서 지적했듯이, 이들 과제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이 시급하고 중대하며, 서로 긴밀하게 물리고 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개혁으로 주권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개혁드라 이브로 “협치”의 참여공간을 차근차근 늘린다면, 차기 정부의 입지는 그만큼 넓어지고 과제 실행 또한 한결 더 용이해질 것이다. 우리의 역사는 그동안 굴절과 후퇴의 오욕을 감내하면서 여기까지 전진했다. 한 사람의 백보보다 백 사람의 일보가 더 어렵다. 이것이 차기 정부의 성공을 가늠할 최초의 실험대이며, 이 점을 직시하고 국가를 다시 세운다는 각오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내문제 이상으로 더 심각한 게 국제관계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외교안보와 경제를 가리지 않은 채 극도로 불안하다. “북핵”이라는 이슈 하나만 갖고도 남북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대미․대중․대일관계의 틀이 완전히 뒤틀린 상태다. 민족의 생존권이 송두리째 부정당할지도 모를 오늘날 국제정세의 위태로움은 구한말의 그것에 비해 조금도 덜 하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첩첩이 쌓인 국내문제만큼이나 중요한 문제가 남북문제다. 일찍이 김구 선생께서 목숨을 걸고 경고하셨던 것처럼, 분단이라는 원죄(原罪)로부터 우리 민족의 비극은 파생되었다.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의 근원(根源)에는 남북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진정성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분분하지만, 오죽하면 박정희 정권조차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을까. 불행하게도, 보수정권 10년을 거치는 동안 남북의 긴장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어 왔다.
보수정권은 노골적으로 북한정권의 붕괴를 외쳤으며, 이제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대화의 단절로 맞섰다. 남북의 평행선은 주변 강대국에게 자국이기주의를 노골화 하는 빌미를 제공했고, 급기야 파국의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 이후 전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선제타격론”, “국지전”과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언론 지면과 화면에 공공연하게 등장한다.어느 경우이든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한 한반도와 한민족은 파멸의 막다른 길로 몰릴 수밖에 없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남북관계에 관한 한 소위 보수정권이 “빼앗은 10년”을 되찾아, 미래지향적인 남북관계의 정립이라는 중차대한 사명감을 갖고 남북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의 접점에서 한반도 문제가 타결될 경우 과연 이것이 민족공동체를 지키고 통일로 가는 길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남과 북은 대화를 통해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가야 한다.
전통적인 안보동맹의 파,트너였던 미국과 관계 재정립도 시급한 과제이지만, 특히 대일외교가 당면한 현안이다. 외교부가 아니라 “왜교부”라는 조롱을 들을 정도로 밀실에서 졸속 타결된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거세지고 있고, 해묵은 “독도 이슈” 역시 보수정권은 “입 다무는 게 상책”인 듯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민족정기를 부정하고 국민정서를 외면한 채 진행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향배(向背)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되었다고 알려진 일본과의 “상호군수지원협정”과 맞물린다면, 그것은 한반도의 운명에 실로 가공(可恐)할 여파를 미치게 된다. 일본은 1980년대 초반 나카소네 정권 이후 “보통국가”, 즉 “전쟁할 권리”를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해 왔다. 이러한 일본의 의도는 미국의 극동아시아 전략 개편에 힘입어 “불침항모”라는 호전적인 표현으로 드러났다. 비록 그 당시 가상 주적(主敵)이었던 소련은 해체되었지만, 중국과 북한을 그 자리에 대체시킴으로써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한-미 간에 “뜨거운 감자”인 사드(THAAD) 문제는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사드는 기본적으로 방어용 무기체계이고, 그것의 임무는 고고도요격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사드는 대한민국을 방위하는 무기체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무기를, 게다가 탐색거리가 최대 2,000km에 달하는 AN/TPY-2FH 레이더가 장착돼 중국을 극도로 자극하는 무기를 왜 이 땅에 들여와야 하는가.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불침항모”의 위병 노릇을 하는 파수꾼으로 전락했는가.
불행 중 다행이라면, 2016년 11월29일 공표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유효기간이 1년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한쪽이 90일 전에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야 협정은 자동연장 된다. 차기 정부는 탄핵에 직면한 박근혜 정부가 이 협정을 쫓기듯 체결한 배경이 무엇인지 밝히고, 국민적 동의를 새로 얻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드 또한 마찬가지다. 
뒤늦게 한국이 G20 회의에서 사드의 조건부 철수론을 제시했지만 중국의 입장은 완고하다. 사드가 북한 핵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MD체계의 일환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군의 북한 내 주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군이 배치된다면 당연히 미사일부대가 될 것이고 북한과의 군사적 분쟁은 당연히 중국과의 군사적 분쟁으로 발전할 게 자명하다. 이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이미 한국에 있어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무역 규모에서 미국의 두 배 가까운, 제일 큰 교역국인 것이다. 무역이 나라의 경제를 지키는 보루인 나라에서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설득해야 할 입장에 서 있다. 차기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수정권 10년이 금강산관광 중단과 개성공단 철수로 남북을 대치로 몰아가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갈팡질팡 한 전철을 밟아서는 결코 안 된다.

어쩌면 제6공화국의 마지막 정부가 될지도 모를, 차기 정부의 어깨는 이렇게 무겁다. 차기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 모든 개혁과제들에 앞서 더 중요한 점은 민주공화국의 정부로서 자격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공화국의 정부는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와 기준을 세우는 것이야말로,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것이 새 정부에 바라는 국민의 요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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