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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제언
글쓴이 관리자
날 짜
18-07-0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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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1.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에 역사적인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개최되었다. 연평해전과 천안함 침몰 등으로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고,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북미 간에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몰린 국면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자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것이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 발표된 ‘판문점 선언’은 역사적으로 ‘종전선언’으로 기억될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선언했고,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이는 끔찍했던 동족상잔의 전쟁 끝에 도달한 휴전협정 이후 65년만에 남북이 전쟁 종료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의 더 큰 의미는 의지를 천명하는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한반도 평화체계를 구축하겠다는 합의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 경로로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완화, 한반도 비핵화, 남ㆍ북ㆍ미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회담 개최를 적시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필수적인 방안이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어그러질 경우 한반도 평화체계는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2. 돌발사태에 대한 대응방안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방안으로서 국방장관회담과 군사당국자회담을 강조했고, 구체적인 적대행위로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적시하여 중지할 것을 천명했다. 나아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로 했다. 양 정상이 역사적 선언에 담기에는 일견 지엽적인 문제로 보이는 이와 같은 내용을 강조한 것은 과거의 경험에서 충분히 배웠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제1차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평양회담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평화통일과 남북한 경제교류의 의지가 담겨진 ‘6·15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되었고,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남북한의 긴장완화와 한반도 평화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불과 2년 뒤에 발생한 서해교전에 의해 남북 공동선언은 무산되었고, 남북관계는 급속히 경색되었다.
  이에 따라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남북 국방장관회담과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가 합의되었다. 그러나 서해평화협력지대는 국내적인 NLL논란, 영토논란으로 추진력을 상실했고, 7년만에 개최된 제2차 국방장관회담에서 남북 간 군사적 적대행위 금지를 합의했지만 이후 아무런 실효성이 없었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좀 더 치밀하게 돌발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상 간 직통전화 및 국방장관 간 직통전화, 함정 간 교신 등을 통해 일차적인 진화가 필요하며, 서해평화협력지대 문제는 정치ㆍ군사ㆍ경제ㆍ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합의를 도출해야겠다. 일차적으로 남북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돌발사태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겠다.

3. ‘선언’을 ‘협정’으로 발전시켜야

  판문점 선언은 평화협정으로 발전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나게 된다. ‘선언’만으로도  의의가 있지만 상호 협상과 토론을 거쳐 합의된 결론으로 도출된 ‘협정’을 통해 서로에게 구속력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 협정을 맺기 위해서는 서로 주고받는 협상의 과정이 중요하다. 마음만 통하면 된다거나 지향점이 일치하므로 거래가 불필요하다는 순진한 생각으로는 협상이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협정이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판문점 선언이 평화협정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언에서 밝힌 기초적인 내용을 실천에 옮기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가능한 순서대로 직통전화도 가설하고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도 중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전단살포를 범죄시할 필요는 없다. 판문점 선언은 아직 협정의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한에 대해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우리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높여 협상과정에서 지나친 요구를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적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민족분단을 동서냉전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듯이 한반도 평화에는 국제관계가 중요하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북미회담이 원활히 진행되어 북미 간에 합의점이 도출되어야만 하고, 이후 중국을 비롯하여 일본, 러시아 등의 양해와 협력을 받아내야 한다. 사전에 이를 위한 다양한 포석과 협력관계를 유지할 필요도 있다.
  일단 협정이 체결되면 절대 깨서는 안 된다. 협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거꾸로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이 때문에 협정의 내용은 최소한의 것으로 범위를 줄여 불신의 소지를 남기지 말아야 하며, 협상의 과정에서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다각적이고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전문가와 실무자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확실히 준수할 수 있는 내용을 협정에 담아야겠다.

4. 사회적 합의과정을 초석으로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0년에 체결된 남북한 간의 협정이 ‘남북기본합의서’인데,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5차례의 고위급회담이 필요했다. 나름 충분한 준비와 검토과정을 거쳐 남북 간의 기본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그러나 준비한 정도에 비해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사회적 합의과정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체제인 북한과 달리 우리는 내부적으로 심각한 토론과 논쟁의 과정을 거쳐 그 내용을 수렴할 때 비로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당시 국회의 비준과정을 생략한 것도 길게 보지 못한 처사였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 1994년에 북미 간에 체결된 제네바협정이 무산된 것도 당시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미국 의회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 작업과 더불어 미국 의회가 수용할 수 있는 협상안을 제시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협상하게 되면 합의된 결과를 지켜낼 수 없게 되므로 거꾸로 신뢰가 깨지고 긴장이 고조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판문점 공동선언을 어떻게든 평화협정으로 이끌어 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야당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의 이해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권이 바뀐다고 합의사항을 번복한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언제까지나 불가능하게 된다. 혼자 두 걸음 앞서 가는 것보다 함께 반걸음이라도 내딛을 때 비로소 한반도에도 냉전의 먹구름이 걷히고 모두가 편한 마음으로 앞날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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