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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광복후 최초로 평양에서 성묘
글쓴이 관리자
날 짜
08-04-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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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동 (본회회장)

6ㆍ25 전쟁은 우리 역사상 가장 큰 비극 중의 하나였다. 적어도 2백만 정도의 희생자가 났으며 그 중 대부분은 비전투원이었다. 사상자 못지않은 큰 비극은 가족이 본의 아니게 흩어진 일이다.

전쟁이 지나간 지 반세기가 넘고 보니 이제는 이산가족들 중에 생존자 보다 오히려 타계한 사람이 더 많게 된 형편이다. 내 자신 4촌 이내의 근친을 갖고 따질 때 남쪽에 사는 가족은 그저 2/3 정도가 되는 듯하다. 일부는 미국 등으로 이주했으며 상당수가 전쟁 중 행방불명이 되어 혹은 일부라도 북쪽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금년에 들어와 남ㆍ북 관계가 다시 냉냉해 짐에 따라서 이산가족의 만남마저도 끊겨져 있다. 조속히 이런 만남이 재개되기를 바라며 서로간의 성묘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2004년 창립된 후의 첫 이사회에서 나는 남쪽에 있는 임정관계자들의 자손들이 북쪽에 있는 어른들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는 길을 모색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절대다수의 찬동을 얻었다.6ㆍ25전쟁이 일어나고 9월에 인민군이 후퇴할 때 서울에 있는 많은 저명인사들이 북으로 동행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갖고 월북이니 혹은 납북이니 논의가 있다. 동기가 서로 다를지 몰라도 가족을 두고 북쪽으로 가게 된 심정은 다 같을 것이며 이들과 헤어진 가족들이 받은 고통 또한 큰 것이었다. 반세기가 넘도록 생사조차 모르고 지내던 가족들이 그나마 6ㆍ15선언으로 북쪽 소식이 남쪽의 간행물을 통하여 알려지게 되어 나 자신 아버님이 별세한 날짜와 장소를 알게 되었다.

임정에 관계된 분으로 아직도 소식을 알 길이 없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은 평양근교의 ‘애국열사릉’과 ‘재북인사묘’에 모셔져 있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하루속히 모든 사람이 선영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지만 이것은 우리 기념사업회의 힘이 미칠 수 없는 분야이다. 임정관계 인사들은 북쪽에서도 ‘애국열사’로 칭송되고 있으며 남쪽에서도 대부분 ‘애국지사’로 서훈된 상태이다. 그래서 이분들의 자손이 성묘를 하겠다는 것을 남ㆍ북에서 다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를 갖고  2005년 초부터 정부에 방북 허가를 신청하는 동시에 북쪽의 승낙을 받기 위한 접촉을 시도해왔다. 처음 생각한 것 같이 쉽게 풀리지 않아 1년 반에 걸친 노력 끝에 지난 8월에야 양쪽의 허가를 받아냈다.

그리하여 지난 9월 30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평양에서 4박한 후 10월 4일 다시 인천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평양에서 보낸 3일 중 성묘에 보낸 시간은 두 시간 남직 할 뿐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유족들에게는 벅찬 감격의 시간이었다.

나의 경우 우리 가족 중 생전에 아버님을 뵌 사람은 혼자였다. 생전에 뵌 일 없는 할아버지 묘소 앞에서 모두 눈물을 흘리었다. 참 보람있는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럴수록 이런 기회가 차츰 넓어지어 모든 이산가족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떠나기 전날(4일) 저녁식사 때 그러한 의견을 북쪽에 전달했다.

그런데 그 곳에 머무는 동안 북측에서는 원자탄 실험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며칠 뒤인 9일 공포한 대로 실험을 강행했다. 바라지 않았던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유엔 안보리는 강력한 규탄과 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이것은 어렵게 닦아온 남ㆍ북의 화해와 교류가 전면적으로 깨지는 것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남ㆍ북한의 모든 교류를 끊어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기념사업회는 비정치적이며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산가족의 슬픔을 함께 느끼는 우리로서는 어떤 사태가 벌어져도 남ㆍ북의 이나마 트인 물꼬가 다시 막히는 일은 생기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정부에서는 유엔의 결의안을 존중,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민간 교류가 계속 용납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일본의 강경론자들은 우리 정부에 대하여 그러한 교류도 전면 중지시키도록 압력을 가해올지도 모른다. 정부가 이러한 압력을 이겨내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정부는 늘 한ㆍ미 관계를 수평화한다고 하면서도 끝에 가서는 미국의 의도에 끌려가는 경우를 너무나 자주 보아왔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버릴 수 없다.

한편 북핵 실험이 발표되자 미국의 ‘핵우산’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PSI 즉시 가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과 더불어 핵의 ‘선제사용’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남ㆍ북의 군사력을 비교하고 남쪽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마당에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모든 주요 결정을 미국에 위임하겠다는 생각은 보호령의 지위를 자청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적어도 정부에서는 이번 사태에 이성을 잃지 않고 보다 냉정하고 합리적인 입장을 잃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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