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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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008년 9,10월호> 건국 60주년 결코 안 된다.
글쓴이 관리자
날 짜
08-09-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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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0주년 결코 안 된다


                    이이화(역사학자,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우리 역사와 사회를 흔드는 여러 가지 조치가 단행되고 있다. 그 중에 63회 광복절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건국 60주년을 전면에 내세워 대한민국 정통성을 왜곡하는 처사를 보고 그 역사의식이 천박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작업을 진행시키는 배경은 무엇인지,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어디에 있는지, 건국과 정부수립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한번 따져 보기로 한다.

건국과 정부수립을 명확히 구분해야
 이른바 ‘뉴 라이트’들은 그 동안 좌파 정권 10년을 공격해 왔고 친북 좌파들을 매도해 왔다. 이것은 사실 왜곡이었다. 대한민국에는 좌파 정권 또는 유럽과 같은 사회민주주의 정권이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더구나 현재 대한민국에는 친북좌파, 그리고 김정일 추종세력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다만 냉전을 걷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면서 남북 교류 협력을 추구하는 세력이 존재할 뿐이다. 평양에 다녀왔다고 해서, 구호물품을 조금 보냈다고 해서 김일성-김정일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를 받치는 정치세력들은 극우 논리를 전개하는 일부 언론인과 일부 보수 기독교세력과 이른바 ‘뉴 라이트’들이 전개하는 허황된 주장에 경도되어 정권을 잡는 데 이용하였다. 그들 논리와 주장 속에 가장 황당한 부분이 역사왜곡이다. 다시 말해 이승만은 대한민국을 수립한 건국의 아버지, 김구는 남북협상을 추구한 건국의 방해자, 친일파와 일본은 식민지 근대화의 공헌자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승만을 띄우는 작업이 곧 ‘건국 60주년’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받드는 작업은 일본 식민지 근대화론에 동조하는 학자들이 앞장서 왔다. 이 학자들은 일본 우파 학자들이 펴온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뒤 공장과 학교를 짓고 생활수준을 향상시켜 근대화 대열에 합류시켰다는 이론에 동조하여 왔다. 이 학자들은 처음에는 일본 연구기관의 연구비를 받았고 후에는 삼성 등 재벌의 적극적 지원을 받았으며 친일파 사주를 두었던 일부 보수언론의 동조를 얻어냈다.
 그러면 그 목적이 어디에 있었던가? 이승만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추구하면서 극단적 수법으로 반공을 내걸고 친일파와 지주 출신들을 정부의 요로에 등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독립투쟁세력들을 소외시키거나 압제하였고 협상파 등 중도파들을 매도하였다. 김구, 김규식 등 협상파들은 민족주의 우파였으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한 탓에 이승만의 극우 정권과 반대노선을 걸었다. 따라서 이승만을 옹호하면 친일파와 지주세력을 제외하고 남북협상파와 독립투쟁세력을 모조리 역사의 대열에서 폐기처분 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그러면 ‘건국’과 ‘정부수립’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나라는 수 천 년 역사를 이어온 국가이다. 단군을 국조로 받들어 개천절을 건국절로 기념해 왔다. 중간 중간에 몇 차례 역성혁명을 통해 왕조가 교체되면서 그 정통성을 계승해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건국의 역사적 배경은 민족국가 계승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 왕조는 오늘날의 정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건국은 민족국가 계승의 의미 지녀
1919년에 공화제를 표방하고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3.1독립만세운동의 정신을 받들었으나 그 정통성은 대한제국을 계승한 것이다. 대한제국은 이씨 왕조의 계통을 이었다. ‘대한’이란 국명은 바로 이런 의미를 지녔다. 임시정부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제1공화국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 즉 제1공화국의 헌법은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분명하게 그 정통성을 제시하였던 것이다.
 그러니 제1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수립은 새 정부의 탄생이지 새 국가의 탄생이 아니다. 제1공화국 대한민국은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가가 아니다. 프랑스는 오랜 왕국이었는데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한 뒤 프랑스 혁명 발발일을 국가경축절로 삼았지 공화국 선포일을 건국절로 삼지 않았다. 지난 왕조와 새 국민국가를 구별한 것이다.
 한편 국가의 존재요건인 인민 주권 영토를 확보하지 못해 임시정부를 정식 정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는 더욱 황당하다. 이렇게 되면 식민지 시기 발생한 세계 모든 망명정부는 정통성을 상실케 된다. 일제 강점 35년은 옛 영토 안에서는 분명히 주권을 빼앗긴 공백상태였다. 하지만 그 역사마저 공백이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역사의 한 주체가 독립투쟁이었고 그 독립투쟁의 상징인 임시정부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해방공간에서도 이런 역사적 의미를 결코 배제하지 않았다.
 
‘광복’ 이후의 ‘건국’은 앞뒤 맞지 않아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이라 규정한다면 그 3년 전에 발생한 광복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미군정 3년을 정부수립을 준비하기 위한 기간이라 한다면 1945년의 광복, 1948년의 정부수립이 온전하게 맞물려 돌아가게 될 것이다. 또 북한을 대한민국의 관할 아래 두는 데도 아무런 결함이 없을 것이다. 
 현재 이른바 ‘건국절’ 행사가 이명박 정부의 주도로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정부 기구는 말할 것도 없고 지방지치단체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많은 물량을 들여 추진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 독재시기에 보이던 구호들이 내걸려 있다. 이를 추진하는 주체들은 그 정당성 또는 역사적 의의를, 관계 인사를 모아 공청회를 열어 여러 의론을 전혀 수렴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리해 대한광복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등 유관단체들이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언론과 시민단체, 역사연구 단체의 반대여론이 끓고 있는데도 못들은 체하고 있다. 공공 언론들도 혼란스러워 ‘정부 수립 60년’ 또는 ‘건국 60년’을 번갈아 쓰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굳이 이를 추진하는 의도는 간단해 보인다. 이승만이 친일파를 끌어안고 반공을 표방해 수립한 단독정부를 찬양하므로 북한을 우리 역사에서 배제하여 평화통일론을 억제하고 식민지 근대화론과 친일파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독립투쟁세력을 억압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또 하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단순한 정권의 교체가 아니라 민족사적 의미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곧 이승만 정권의 역사적 존재 의의를 빌어 이명박 정부의 이미지 조작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식민지 역사의 청산을 위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위해 ‘건국 60년’ 행사를 중지해야 한다. ‘정부수립 60년’이라고 하여 아무런 무리가 없을 것이며 가장 합리적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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