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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014년 5월, 6월> 겨레를 위할 줄 알아야 외세가 넘보지 못한다. (임재경)
글쓴이 관리자
날 짜
14-07-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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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경
前 한겨레 신문 부사장

<세월호>가 침몰한지 한 달 내내 나라 안은 온통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치밀어 오르는 울화에 휩싸여 있다. 죄 없는 국민이 떼 죽임을 당한 일은 우리 근현대사에 허다하였으나 세월호 참사는 ‘아주 드문 사례’에 속한다. 인민이 집단으로 목숨을 잃는 것은 첫째 전쟁, 둘째 불가항력의 자연재해, 셋째 정치적 동기에 연유하는 잔인무도한 폭력 행사가 주된 원인이었다. 세월호에 탔던 겨레의 새 싹들이 생명을 잃은 것은 위의 세 가지 원인들 그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아니한다. 3백의 꽃망울, 우리의 아들 딸, 형 제 자 매들의 목숨을 앗아 간 주범은 서해의 파도와 <팽목> 연안의 급류일까. 천만의 말씀. 황금만능과 기득권집착이 몸에 배어 이익 집단화 한 인허-보안-감독 행정기관들의 작위 혹은 부작위(不作爲)가 자초한 것이 세월호 참사다.
선박 안전 운항과 비상시 인명 보호를 맡고 있는 해경이 소임을 저버린 행태는 진정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세월호류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진상의 엄정한 규명은  물론이고 해경이외 여러 국가기관들의 무책임과 태만은 추상같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세월호를 경영하는 선박회사와 해운관련 행정부서들에 대한 국민의 원성은 지금 하늘을 찌를 듯하다. 진상규명과 책임 추궁을 게을리하면 결국 대통령의 국정 담당능력에 회의와 불신이 고개를 들게 마련이다. 국민이 보통선거의 원리에 따라 국정책임자를 선택하는 민주사회에서는 불신이 퇴진운동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항상 열려있다고 보는 것이 정상이다.
예산타령, 형행 법규상 관련 기관들 간 협조의 어려움 등, 참사가 일어날 때 마다 들리던 가락이 다시 우리의 귓전을 때린다. 이런 구차스런 변명이 고개를 드는 것을 보노라면 세월호 참사를 교훈으로 삼기에는 아직 건너야  할 강과 넘어야 할 산이 수없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확인한다. 더 역겨운 것은 집권 정부와 시장을 지배하는 매스컴이 합작으로 진행하는 일련의 여론 물 타기 작태이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과잉반응을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뭇매를 가하려는 움직임이다. ‘자학 행위’, ‘정치적 선동’ 따위의 표현은 약과이고 심지어 ‘종북주의자들이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여 정부를 음해한다.’는 연설을 서슴없이 농한다. 이런 여론 불타기 공작이 통하든 시절이 있었으니 그것은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쿠데타를 자행한 뒤 1987년 6월 온 국민 들고 일어나  전두환의 군사독재를 규탄하여 뒤로 물러서기까지의 15년이다. 권력과 그에 기생하는 시장지배 매스컴이 여론을 주무르며 재미를 보던 때가 있었던 것은 틀림없으나 그 시절을 재현해보겠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세월호 참사를 당하고 제일 참담한 것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각계 상층부가 나라의 체신이 추락 할대로 추락한 마당에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그다지 보이지 않은 점이다. KBS 보도국장이란 사람이 세월호 희생자 수를 가리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총수에 비하여,...”운운한 것이 그 대표적 경우다. 수치심을 잃었다는 것은 반성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음을 뜻한다. 다 아는 대로 수치심은 나약함을 가리키는 말이 결코 아닐 뿐더러 일본사람들이 자주 입에 담는 자학심리(自虐心理)와는 더더욱 다르다. 자라나는 10대의 무고한 생명들을 단순히 잃은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어른들이 자기희생적 손길을 내밀지 못하였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제 겨레, 제 나라 인민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였단 사실이 만천하, 즉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일은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나라 안의 일회성 대형사고 정도로 끝날 것 이냐하는 의문이다. 사고의 발생 위치는 우리 영해 안이다. 하지만 사고의 성격과 그에 사후처리에 대한 평가는 영해라는 지리적 한계 속에 머무르지 않고 두고두고 우리를 우습게 여기는 시각으로 나라 밖에서 굳어지기 십상이다. 특히 정치 외교 국방 교역 여러 분야에서 우리와 매일같이 접하는 외국의 관민은 한국내부의 문제를 예의 분석하고 그 결과를 최대한 활용하려 들지도 모른다.
국가기구가 나라의 인민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아 국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사정을 악용하는 것은 바로 외세라 보면 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장래를 위태롭게 하는  시 발은 국가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려 하지 않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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