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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015년 7월, 8월> 국제관계부터 화해협력 시작해야
글쓴이 관리자
날 짜
15-07-31 14:43
조회(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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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원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사업회 부회장

지난 6월 29일 중국이 주도한 총자본금 1,000억 달러규모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가 설립되었다. 여러 차례 보도된 바처럼 AIIB에서 우리나라는 중국(30.34%), 인도(8.52%), 러시아(6.66%), 독일(4.57%)에 이어 3.81%로 다섯 번째 지분국이 되었다. 호주(3.76%), 프랑스(3.44%)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올해 4월 15일 확정된 창립 회원국은 모두 57개국으로써 G20 대부분의 국가(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제외)와 EU회원국 28개국 중 절반인 14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한 투자은행의 위용을 갖추게 되었다. G7 중에서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BRICS 국가는 전체가 참여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잘 사는 서유럽 국가 대부분도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의 면모를 볼 때 창립 목표인 ‘낙후된 지역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위한 경제력 확보라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되리라 생각된다. 아쉬운 것은 북한은 회원가입이 거부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AIIB 설립 직전인 지난 6월 초 몽골에서 열린 ‘OSJD(국제철도협력기구, Organization for the Cooperation of Railways)’ 장관회의에서는 북한의 반대로 우리나라의 정회원 가입이 거부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실 이런 기구의 존재나 거부의 이유에 관해 관심 있는 사람도 별로 없고 AIIB 5위 지분국 관련 보도만큼 비중 있게 보도되지도 않았다. OSJD는 러시아, 중국, 북한을 비롯한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등 28개국으로 구성된 철도협력체로, 서유럽 중심의 ‘국제철도수송정부간기구(OTIF)’와 함께 양대 국제철도협력기구이다. 철도의 기술표준, 운임, 운행방식, 노선배분 등 유라시아 철도망과 관련한 모든 의사결정이 OSJD를 통해 이뤄진다.
그러니 우리나라 역대 정권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나 ‘중국횡단철도(TCR)’ 등을 통한 대륙철도 운행을 위해 OSJD가입은 필수적이었다. 회의가 열리기 전 5월 27일과 29일 사이에 독일에서 열린 세계교통장관회의인 ‘국제교통포럼(ITF)’에 참가한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은 우리나라의 OSJD 가입을 적극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 주요 회원국과 지도부의 지지 의사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OSJD는 회원국 만장일치로 정회원 가입을 결의하기 때문에 결과는 이미 예측된 것이었다. 그 모든 노력은 북한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우리나라가 OSJD의 가입을 위해, 혹은 향후 북방을 통한 유럽진출이라는 원대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극명하게 증명한 사건이었다. 사실 이번에 우리나라의 정회원 가입 안건이 올라갈 수 있었던 것도 4월 체코에서 열린 OSJD 사장단 회의에서 북한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AIIB의 북한배제와 OSJD의 한국거부라는 이 간과할 수 없이 중요한 두 사건에서 보듯이 남과 북은 오늘날 치열하게 전개되는 외교전에서 동반자 관계는커녕 서로의 발목을 잡는 관계로 전락했다. 이래가지고서야 지금 정부가 말하는 ‘통일대박’은 고사하고 ‘냉전쪽박’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민족의 미래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이 중요한 시점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점점 복잡하게 진행되는 것과 맞물려 근본적인 정책노선 변경을 요구한다.
중국과 미국의 패권 다툼이 가열되어 갈수록 우리가 취해야할 자세는 철저하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군사적으로는 사드배치가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지만, 경제적으로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가 중요한 사례이다. TPP는 회원국 간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자간FTA이다. 우리나라는 참가국이 아니기 때문에 협상 타결 전에는 참여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 4월 ‘1차 협상이 타결되면 바로 협상에 들어가겠다’며 참여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함으로써 이 정부는 TPP 참여를 공식화했다.
정치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실리로만 따진다면 TPP는 여타 FTA와 근본적으로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후발 참가국으로서의 불이익이다. 기존 참가국인 12개국의 합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후발참가국이 자국에 유리하게 협상하기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비참여국에 협상의 내용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합의가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거나 대비할 수도 없다. 이외에 TPP가 일방적인 한일FTA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경고이다. 우리나라는 TPP에 참가한 12개국 중 8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한 상태이고 나머지 4개국과도 모두 협상중이다. 다만 일본과의 FTA협상만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반대로 10년 이상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TPP참여는 우리가 협상의 주체로 참석하지도 않은 채 사실상 불리한 한일FTA를 체결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와, 일본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급격하게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TPP를 추진하는 데는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적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미국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 미국은 TPP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최경환 부총리가 밝힌 것처럼 만약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하려고 한다면 이는 오로지 미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라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TPP는 우리가 이때까지 체결한 어떤 나쁜 FTA보다 나쁜 FTA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ASEAN 10개국을 포함해 이 국가들이 FTA를 체결한 6개국 등 총 16개국이 추진하고 있는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라는 통상협정에 이미 참여하고 있어 TPP의 실효성도 그리 크지 않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를 제외하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TPP보다 훨씬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RCEP에 포함되어 있다. 그나마 미국, 캐나다, 페루, 칠레와는 이미 FTA가 체결된 상태이다.
AIIB나 OSJD의 예에서 보듯이 남과 북이 지금처럼 적대적인 상황을 지속한다면 아시아에서 패권을 쥐려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공멸만이 있을 뿐이다. 터놓고 말해보자. 중국이든 미국이든 남과 북이 힘을 합치는 것은 탐탁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이데올로기적으로도 그렇지만 커진 힘에 의해서도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갈라놓을 때 훨씬 말발이 서고 팔아먹을 것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과 북의 입장에서는 힘을 합치는 것이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익이다. 개성공단에서 드러난 것처럼 그 잠재력은 엄청날 뿐 아니라 절감되는 군사비, 자원과 기술의 시너지가 가져올 힘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북한은 중국 의존성을 줄이고 경협의 채널을 다양화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AIIB가입을 거부한 것도 그에 대한 불만의 표출일 수 있지만, 그 만큼 북과 남의 경협 가능성은 약간의 여건만 형성되더라도 폭발할 수 있다.
AIIB와 OSJD를 보면서 필자는 우리가 좋은 정부를 가지고 있고 조금만 더 지혜로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언급한 것처럼 AIIB는 낙후된 지역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목표이다. 인프라투자는 회원국에게 우선권이 있다. 그러니 만약 북한이 AIIB의 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해 그리 되었다면 우리나라는 AIIB를 매개로 철도든 자원이든 북한의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다소 꿈같은 얘기지만 우리가 북이 회원국이 되도록 돕기 위해 자본금의 일부를 지원해 그 규모가 3%쯤 됐다면 남과 북이 합쳐서 러시아보다 많은 3위국이 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노력이 있었다면 우리가 그토록 소망했던 OSJD 가입을 북한이 반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AIIB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신실크로드 사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신실크로드 사업은 시진핑의 중국이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정책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유럽으로 이어지는 육상과 해상의 운송로를 건설하겠다는 이 야심찬 사업은 동쪽 끝이 한반도로 연장될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는 중국, 러시아, 몽골, 북한, 한국 등 동북아국가의 긴밀한 협력과 한반도의 평화를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미국 외교전문가가 말하듯 일대일로가 미국의 TPP에 대응하는 전략이든 아니든 우리는 상관할 바 없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우리의 전략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전략의 기저에는 한반도의 평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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