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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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와 ‘9월 평양선언’
한반도 평화와 ‘9월 평양선언’
이승환(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무엇일까? 연도에 늘어선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역사적인 ‘9월 평양선언,’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집단체조공연, 아니면 맑디맑은 천지 앞에서 두 손 맞잡은 남북 정상 내외의 우의 과시 등등. 물론 이 모든 것이 인상적이지만, 이번 평양 정상회담의 백미는 무어라 해도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임에 틀림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육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한 것도 의미가 크지만, 15만 북한 인민들 앞에서 문재인대통령이 핵 없는 한반도를 공표한 사실은 그보다 훨씬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수뇌부끼리의 톱다운 방식의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북한 인민들에게도 수용되고 있다는 것과 함께, 북한 지도부의 비핵화 의지가 인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통해 전세계인의 신뢰를 얻게 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무대에서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이며, “북한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의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고 호소할 수 있었다. 평양 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여러 주장과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으나, ‘9월 평양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탈냉전의 흐름은 더 이상 막기 어려운 대세로 자리잡게 되었다. ‘낮은 수준의’ 남‧북‧미 공동안보체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 그리고 연이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정부가 그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상은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이후에도, 심지어는 남북이 통일을 이루고 난 이후에도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남북 모두가 동의하는 속에서 ‘주한미군 주둔 하의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주한미군 철수의 전제가 붙지 않는’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평화체제 수립은 남북과 미국 사이의 상이한 정책목표를 양립시킬 수 있는 최대공약수이다. 왜냐하면 한반도 비핵화, 한미동맹, 한반도 평화체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길은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통한 북한의 안전 보장, 제재 해제를 통한 북한 발전국가 진입 보장, 완전한 비핵(지대)화 실현 하의 주한미군 주둔 용인을 통한 미국의 동아시아 영향력 보장을 병립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 및 북미대화의 실질적 목표가 ‘주한미군 있는 한반도 비핵(지대)화’ 구상과 같은 ‘낮은 수준의’ 남‧북‧미 공동안보체제 형성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남‧북‧미 공동안보체제 형성과 그 내용에 대한 협상 목표의 합의는 핵목록 신고 등 비핵화의 세부적 프로세스 못지않게 남‧북‧미 사이에 본질적 신뢰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름다운 서신’이라고 평가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역시 ‘핵목록 신고’ 등의 세세한 내용보다는 중국을 넘어 미국과 더 긴밀한 관계 개선을 시사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김일성 주석 집권 시기인) 1992년 초 김용순 노동당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미군이 계속 남아서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해 달라. 동북아시아의 역학 관계로 보아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자면 미군이 와 있는 것이 좋다’고 요청했었다”고 말한 것이나,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방북 때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은 영토적 야심이 있는 나라입니다. 나는 통일 이후에도 남쪽에 미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증언) 말한 것과 같은 연장선이다. 즉 북한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을 위협하지만 않는다면 주한미군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인식해왔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평양선언은 종전선언과 비핵화, 한미동맹 사이의 풀리지 않는 ‘모순’의 고리를 확실히 풀어낸 셈이다. ‘사실상의’ 한반도 종전선언 주한미군을 매개로 한 ‘낮은 수준의 공동안보체제 형성’과 함께 주목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이른바 ‘9월 평양선언’의 부속합의서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채택한 점이다. 이 부속합의서는 91년 12월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 협약’보다도 훨씬 더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선언에는 ‘모든 공간에서 일제의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서해 NLL일대의 평화수역화’ ‘교류협력 및 접촉왕래 관련 군사적 보장’ ‘남북군사공동위 가동 등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등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다. 이는 비무장지대 등 대치지역에서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내용들이며,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이라 할 수 있다. 이 조치들은 군사적 신뢰구축, 운용적 및 구조적 군비통제(operational and structural arms control)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매우 선제적인 상호위협감소(MTR) 행동들을 언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부속합의서는 한국전쟁의 종식과 관련한 남북 간의 실질적인 ’종전선언’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울러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라는 남북 사이의 실질적이고 선제적인 종전선언으로 인해, 이제 정치적 의미 외에는 굳이 복잡한 남‧북‧미(‧중) 종전선언을 추진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70년에 걸친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은 이제 북미간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기만 해도 충분한 여건을 형성한 셈이다. 동결을 넘어 ‘불능화’로 한편 ‘9월 평양선언’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목록 신고’ 의사 표명 등 비핵화 관련 구체적 내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종전선언’ 추진에 값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반대’라는 사실상 실패한 선비핵화 주장의 재판(再版)이거나, 아니면 ‘핵목록신고=종전선언’이라는 도식적 등가교환 논리에 매몰된 단견에 불과하다. 비핵화와 관련하여 ‘신고와 검증’을 강조하는 논리는 상대에 대한 맹목적 불신을 전제하고 있다. 물론 ‘신고와 검증’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비핵화 실질적 조치보다 오히려 ‘분쟁이냐 굴복이냐’를 부각시키는 양자택일적 태도에 매몰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신고와 검증’이라는 용어 자체가 한반도의 분단과 군사적 대치상태를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미국의 전통주의자 혹은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를 분식하는 논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9월 평양선언’에서 북한은 ‘신고와 검증’이라는 문법 대신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나아가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의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이는 ‘신고와 검증’ 등의 논란을 넘어 미래핵에 대한 ‘자발적 불능화와 폐기’ 및 이에 대한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과 검증으로 직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북한은 동결의 시작을 의미하는 ‘핵목록 신고’ 대신 곧바로 ‘검증 가능한’ 불능화 조치 실시를 제시하고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9월 평양선언’은 북한 핵 불능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들을 명문화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 향상과 북미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통로를 열어놓은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대로 이러한 북의 조치에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화답할 차례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공동발표문에 반영하는 것을 수용하면, 사실상 남북 및 북미 사이에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고, 이에 대한 북한의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등 추가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 예를 들면 인도적 지원 확대 등 실질적인 대북제재 완화 등이 예상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이 현재 핵의 일부 반출 등의 조치와 미국의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진행되면 냉전과 핵에 묶여 있던 한반도 평화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도정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
한반도 평화와 ‘9월 평양선언’
한반도 평화와 ‘9월 평양선언’
이승환(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무엇일까? 연도에 늘어선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역사적인 ‘9월 평양선언,’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집단체조공연, 아니면 맑디맑은 천지 앞에서 두 손 맞잡은 남북 정상 내외의 우의 과시 등등. 물론 이 모든 것이 인상적이지만, 이번 평양 정상회담의 백미는 무어라 해도 15만 평양 시민 앞에서 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임에 틀림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육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한 것도 의미가 크지만, 15만 북한 인민들 앞에서 문재인대통령이 핵 없는 한반도를 공표한 사실은 그보다 훨씬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수뇌부끼리의 톱다운 방식의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북한 인민들에게도 수용되고 있다는 것과 함께, 북한 지도부의 비핵화 의지가 인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통해 전세계인의 신뢰를 얻게 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무대에서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이며, “북한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의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고 호소할 수 있었다. 평양 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여러 주장과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으나, ‘9월 평양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탈냉전의 흐름은 더 이상 막기 어려운 대세로 자리잡게 되었다. ‘낮은 수준의’ 남‧북‧미 공동안보체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 그리고 연이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정부가 그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상은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이후에도, 심지어는 남북이 통일을 이루고 난 이후에도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남북 모두가 동의하는 속에서 ‘주한미군 주둔 하의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주한미군 철수의 전제가 붙지 않는’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평화체제 수립은 남북과 미국 사이의 상이한 정책목표를 양립시킬 수 있는 최대공약수이다. 왜냐하면 한반도 비핵화, 한미동맹, 한반도 평화체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길은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통한 북한의 안전 보장, 제재 해제를 통한 북한 발전국가 진입 보장, 완전한 비핵(지대)화 실현 하의 주한미군 주둔 용인을 통한 미국의 동아시아 영향력 보장을 병립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 및 북미대화의 실질적 목표가 ‘주한미군 있는 한반도 비핵(지대)화’ 구상과 같은 ‘낮은 수준의’ 남‧북‧미 공동안보체제 형성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남‧북‧미 공동안보체제 형성과 그 내용에 대한 협상 목표의 합의는 핵목록 신고 등 비핵화의 세부적 프로세스 못지않게 남‧북‧미 사이에 본질적 신뢰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름다운 서신’이라고 평가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역시 ‘핵목록 신고’ 등의 세세한 내용보다는 중국을 넘어 미국과 더 긴밀한 관계 개선을 시사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김일성 주석 집권 시기인) 1992년 초 김용순 노동당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미군이 계속 남아서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해 달라. 동북아시아의 역학 관계로 보아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자면 미군이 와 있는 것이 좋다’고 요청했었다”고 말한 것이나,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방북 때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은 영토적 야심이 있는 나라입니다. 나는 통일 이후에도 남쪽에 미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증언) 말한 것과 같은 연장선이다. 즉 북한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을 위협하지만 않는다면 주한미군이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인식해왔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평양선언은 종전선언과 비핵화, 한미동맹 사이의 풀리지 않는 ‘모순’의 고리를 확실히 풀어낸 셈이다. ‘사실상의’ 한반도 종전선언 주한미군을 매개로 한 ‘낮은 수준의 공동안보체제 형성’과 함께 주목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이른바 ‘9월 평양선언’의 부속합의서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채택한 점이다. 이 부속합의서는 91년 12월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 협약’보다도 훨씬 더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선언에는 ‘모든 공간에서 일제의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서해 NLL일대의 평화수역화’ ‘교류협력 및 접촉왕래 관련 군사적 보장’ ‘남북군사공동위 가동 등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등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다. 이는 비무장지대 등 대치지역에서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내용들이며, 한반도를 ‘항구적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이라 할 수 있다. 이 조치들은 군사적 신뢰구축, 운용적 및 구조적 군비통제(operational and structural arms control)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매우 선제적인 상호위협감소(MTR) 행동들을 언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부속합의서는 한국전쟁의 종식과 관련한 남북 간의 실질적인 ’종전선언’이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울러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라는 남북 사이의 실질적이고 선제적인 종전선언으로 인해, 이제 정치적 의미 외에는 굳이 복잡한 남‧북‧미(‧중) 종전선언을 추진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70년에 걸친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은 이제 북미간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기만 해도 충분한 여건을 형성한 셈이다. 동결을 넘어 ‘불능화’로 한편 ‘9월 평양선언’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목록 신고’ 의사 표명 등 비핵화 관련 구체적 내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종전선언’ 추진에 값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반대’라는 사실상 실패한 선비핵화 주장의 재판(再版)이거나, 아니면 ‘핵목록신고=종전선언’이라는 도식적 등가교환 논리에 매몰된 단견에 불과하다. 비핵화와 관련하여 ‘신고와 검증’을 강조하는 논리는 상대에 대한 맹목적 불신을 전제하고 있다. 물론 ‘신고와 검증’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비핵화 실질적 조치보다 오히려 ‘분쟁이냐 굴복이냐’를 부각시키는 양자택일적 태도에 매몰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신고와 검증’이라는 용어 자체가 한반도의 분단과 군사적 대치상태를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미국의 전통주의자 혹은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를 분식하는 논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9월 평양선언’에서 북한은 ‘신고와 검증’이라는 문법 대신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나아가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의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이는 ‘신고와 검증’ 등의 논란을 넘어 미래핵에 대한 ‘자발적 불능화와 폐기’ 및 이에 대한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과 검증으로 직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북한은 동결의 시작을 의미하는 ‘핵목록 신고’ 대신 곧바로 ‘검증 가능한’ 불능화 조치 실시를 제시하고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9월 평양선언’은 북한 핵 불능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들을 명문화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 향상과 북미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통로를 열어놓은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대로 이러한 북의 조치에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화답할 차례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공동발표문에 반영하는 것을 수용하면, 사실상 남북 및 북미 사이에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고, 이에 대한 북한의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등 추가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 예를 들면 인도적 지원 확대 등 실질적인 대북제재 완화 등이 예상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이 현재 핵의 일부 반출 등의 조치와 미국의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진행되면 냉전과 핵에 묶여 있던 한반도 평화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도정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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